10/04.


엄마 팔엔 화상 자국이 있다.
내가 갓난아이 적, 펄펄 끓는 주전자 물이 내 얼굴과 당신 팔에 쏟아졌을 때
어머니는 당신 팔 따윈 아픈지도 모르시고 연고와 차가운 물수건으로 
내 얼굴을 덮고 병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셨다.
당신 팔의 고통 따윈 잊어버린 채.

치료를 다 끝내고, 응급처치를 잘한 덕에
흉터는 남지 않을 거란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은 후에야 
어머니는 당신 팔의 아픔을 느끼셨다.

그 후, 어머니 팔엔 지금 내 손보다 큰 화상 자국이 생겼다.

추석, 엄마와 드라마를 보며 밤늦게까지 수다를 떤다.
친척들 얘기, 엄마 어릴 적 얘기, 드라마 속 바람피우는 남정네 흉보기.
어릴 적 내가 속썩였던 이야기, 그리고 또 사는 이야기.
10년을 떨어져 살았지만, 엄마와 나의 마음은 더 가까워졌다.
이런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오래오래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젠가 이런 날은 시간 속에 묻히고
다시 못 올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응어리질 것이다.

늦은 저녁, 엄마와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몇 걸음 떼고 뒤돌아본다. 
손 흔드는 엄마 모습이 보인다.
팔에 화상 자국이 보인다. 
나도 손을 흔든다. 

우리 엄마 팔엔, 화상 자국이 있다.


by Pico | 2009/10/04 23:32 | 하루 | 트랙백 | 덧글(1)
10/01

내 친구는 자기가 내 만화 캐릭터의 모델임에도
또 나와 3개월정도를 같이 살았음에도
내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가끔 다른 작가의 만화를 즐겁게 보는 얄미운 녀석의 등을
발로 툭툭 차며 "내 만화도 좀 봐라" 말할 때마다 녀석은
"네 만화 재미없어" 랄지 "나랑 안 맞더라, 안 봐."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녀석이 3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들어왔다.

늦은 저녁, 녀석과 만나 술 한잔과 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녀석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나 네 만화 다 봤다.."

푸핫.


by Pico | 2009/10/01 15:05 | 하루 | 트랙백 | 덧글(3)
9/30


우린 같은 사람이에요.
당신은 친구와의 수다, 가끔의 한 잔 술로
슬픈 마음을 위로받기 원하고
나는 그림으로 내 마음을 위로받기 원하죠.

어떤 사람은 글이나 노래로
어떤 사람은 여행을 하거나 사랑으로

그렇게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감정을 나누기 원하는 우린
같은 사람이에요.

by Pico | 2009/09/30 23:43 | 하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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