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





  
                                                        오드아이 눈의 요염한 고양이 부인.
by Pico | 2009/12/14 14:39 | 그림 | 트랙백 | 덧글(2)
비와 고등어, 외로움.
 
* 비가 자주 내리고  내가 밖에 나갈 땐
   비가 그치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 루시드폴 조윤석씨의 신보가 나왔다.
   고등어란 노래를 듣는데 어쩌면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찡해왔다.
   스물한 살. 내가 서울에 올라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미선이 콘서트에 가는 거였다. 아마 미선이 밴드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게스트로는 이아립씨가 있는 밴드, 스웨터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아립입니다.
   아까 공연장 앞에서 오천 원을 주웠는데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돈 잃어버린 분은 안됐지만 달라고 해도 안 줄 거에요. 오천 원 감사합니다.'
 
   그날 그 작은 공연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목소리.
   집으로 가던 길, 아직 낯설기만 하던 서울의 공기가 기억난다.
   그게 벌써 10여 년 전 일이다.
 
* 의외로 외로움은 함께일 때 찾아온다.
   많은 사람 사이 문득 혼자임을 느낄 때.
   즐거운 시간이 가고 다시 혼자인 세계로 돌아가야 할 때.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야'
   사람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혼자임에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란 게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는 사람은 
   사실 외로움이란 걸 잘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와 오랫동안 함께 해 
   혼자란 것이 낯설어지기까진.
by Pico | 2009/12/10 23:33 | 하루 | 트랙백 | 덧글(0)
외계인.
 
아래층에 사시는 사람 좋으신 주인집 아저씨는 여름 내내
런닝차림으로 돌아다니며 더워 더워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다니셨다.
그리고 날씨가 몹시 추워진 요즘, 역시 런닝차림으로
돌아다니며 더워 더워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다니신다.
 
"헉 안 추우세요?"
"네, 난 더워요. 아 더워 더워"
 
난 그런 아저씨가 너무 신기해서
'아저씨는 혹시 토성 같은 곳에서 잠깐 놀러 온 외계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by Pico | 2009/12/07 01:01 | 하루 | 트랙백 | 덧글(1)
변해가는 것.

약속이 있어 대학로에 들렀다 시간이 남아 마로니에 거리를 걸었다.
개천공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느덧 공사를 다 끝냈는지
역에서 이화동으로 이어지는 길가엔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대학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건 꾸불꾸불한 녹색 보도블록 길이었는데.
이제 그 자리엔 익숙한 녹색 길 대신 낯선 연못과 실개천이 생겨버렸다.
 
이렇게 변했구나.
 
낯선 풍경의 감흥보다는 익숙했던 예전 거리의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그릴 때 내가 앉았던 조그만 돌 의자.
비 오던 날, 준홍이가 지율이를 기다리던 가로등 밑.
둘이 손잡고 뛰던 거리의 풍경들.
내가 좋아하던 그 소소한 것들을 이젠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저려왔다.
 
변한다는 것.
 
그렇게 풍경도 변하고 마음도 변한다.
처음 좋아하던 사람의 마음이 변함을 느꼈을 때,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괴로워했고 아파했고, 원망했다.
인정하기 싫었던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내렸던 답은
'어쩔 수 없다' 였다.
크든 작든 변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대부분 거기엔
누구의 잘잘못도 껴 있지 않다.
그저 우리가 겪는, 어쩔 수 없는 수많은 일 중 하나일 뿐이다.
변해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기억해주는 일뿐이다.
변함이 상처가 아닌,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함께한 시간이 잊혀지지 않도록.
 
한참을 걷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온다.
나에겐 낯설어진 이 길도 훗날, 누군가에겐 익숙함과 그리움으로 자리 잡겠지.
그때면 나 역시 변한 이 거리를 다시 좋아할 수 있을까.



첫눈이 내린다.
  



by Pico | 2009/12/05 23:47 | 하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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